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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이 있는 담론을 위한 모임입니다. 『태도적 가치』를 읽고 하고픈 말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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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산그림운영자
  • 등록일 : 2022-05-23
  • 조회수 :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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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의 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요? 왜 선진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일을 적게 하는 데도 우리보다 더 잘 살까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행복하기만 하면 잘 사는 걸까요? 우리사회에서 전염병처럼 유행하던 ‘행복’이란 말이 차츰 식상해지고, 요즘은 ‘가치’란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과연 그 가치에 대해 제대로 한 번 깊이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 끌려가 모진 고초 속에 살아남은 유대인 의사 빅토르 에밀 프랑클은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value)’를 ‘창조적 가치(creative value)’, ‘경험적 가치(experiential value)’, ‘태도적 가치(attitudinal value)’로 분류했습니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경험적 가치를 축적해왔으며, 철학으로 태도적 가치를 확립코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나 예술을 통해 창조적 가치를 추구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험적 가치는 또 다른 말로 하면 계산적 가치, 즉 유불리(有不利)에 따른 ‘제 수준 통빡에 맞춘’ 가치가 되겠습니다. 대개 합리주의자 혹은 기회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되겠습니다. 그에 비해 태도적 가치는 인간 존엄성에 기반한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없이 감정에 충실한 많은 한국인들은 이 경험적 가치와 태도적 가치를 잘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호불호(好不好)나 유불리(有不利)에 따른 처신을 자신의 태도적 가치인양 오해하는가하면 옹고집을 지조 혹은 절개인 줄 착각하기도 하지요. 이념 또한 유행이자 수단일 뿐, 불변의 가치가 될 순 없습니다. 따라서 이념추구란 곧 이념에 종속당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그런 걸 가치라고 우기며 지성인 혹은 지사인 양 합니다. 그처럼 가치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보니 분수도 모르는 무조건적 맹종을 마치 훌륭한 태도인 양 착각하는 것이지요. 하여 영웅적 투사가 되고자 하다가 결국 양의 탈을 쓴 등신 늑대가 되고 마는 것도 그 때문일 터입니다.

     

    이 경험적 가치와 태도적 가치를 혼동하는, 아니 인식조차 못하는 대표적인 부류가 이 나라에선 정치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운계약서, 위장전입, 논문 표절에도 사퇴하지 않고 뻔뻔하게 고개를 세우는 것은 버티면 살더라는 경험적 가치에 매달리는 것이겠고, 막무가내 반외세 반정부 운동이 정의구현인 줄 착각하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 극단의 시민들은 가치 아닌 가치, 헛것을 따르는 것이겠습니다. 침몰하는 배에 수백 명의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저 먼저 살자고 도망쳐 나온 <세월호> 선장은 그들을 살리려다간 자칫 제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경험적 가치를 따른 것이겠지요. 명색이 교육자인 대학교수가 제 자식을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서 무단으로 제 대학의 표창장을 위조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태도적 가치나 자기완성적 삶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차마 그럴 수는 없었겠지요.

     

    사실 우리는 ‘가치’란 용어를 철학적으로 사고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잘 살펴보면 그에 버금하는 용어는 물론 그것을 추구해온 사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가령 평소 한국인들이 그토록 입에 달고 다니는 ‘도(道)’가 태도적 가치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요? ‘도를 닦는다’는 것은 어떤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도덕(道德)이란 곧 덕(virtue)의 추구인 셈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일상에서 ‘?답다’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 옛날 공자도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부모가 부모답고, 자식이 자식다워야”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무너진 세상을 우리는 난세라 부르지요. 대통령이 대통령답고, 장관이 장관답고, 의원이 의원답고, 학자가 학자답고, 군인이 군인답고, 언론인이 언론인답고…. 아무려나 선장이 선장다웠으면 <세월호>와 같은 끔찍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한국병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반세기 동안의 압축 성장의 후유증으로 고산병·잠수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대로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려다가는 엎어지거나, 미끄러지거나, 점점 더 타락할 뿐입니다. 하여 끊임없이 실망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고 좌절할 것입니다. 매너가 없는 사회는 썩은 사회이자 죽은 사회입니다. 또다시 역사의 비정함에 피눈물을 쏟지 않으려면 피를 갈고 뼈를 깎는 체질 개선 작업으로 된장독 근성을 내다버려야 합니다. 예서 잠시 멈추더라도 우리가 어떤 태도적 가치를 지니고 미래를 맞아야 할지 고민해야겠습니다.

     

    알에서 깨어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민족 정신의 개조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부르짖는 정치나 경제 혹은 법률 제도의 개혁보다 더 힘든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수백년 혹은 수천년 동안 습관화된 사유 및 생활 방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진흙으로 만든 개는 밤을 지킬 수 없고, 기와로 만든 닭은 새벽을 담당할 수 없다 했습니다. 화석화된 옛것으로는 미래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근현대사의 혹독했던 낡은 길을 다시 걷지 않으려면 뼈를 갈고 피를 바꾸어서라도 민족성을 개조해야 합니다. 다혈질적이면서 조급하고, 단순하면서 물불 안 가리고, 전투적이면서 울컥 화도 잘 내고, 화끈하고 신바람내기 좋아하는 야성적인 기질! 왜곡된 선비정신에 억눌려 비정상적으로 표출되는 이 힘을 항구적인 덕(德)으로 다듬어 진취적인 민족성으로 승화시켜 나간다면 분명 오래지 않아 우리도 ‘위대한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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